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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번째, 매문 #매문 작가들이 보통 하루에 2만자의 글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말 진지하게도 난 하루에 20,000자는커녕 3,000자를 쓰기도 어려운 현실인데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덥석 믿고는 내 초라한 처지를 비관하게 된다. 뭐 비관하면 뭐하겠냐며 훅훅 털어내고 내 딴 나름의 글을 쓰기는 하지만, 역시나 부족한 능력에 아쉬움은 겉돈다. 그러다보니 본질적인 질문이 떠돌았다. 나는 매문을 하고 싶은 걸까? 나는 돈을 벌기 위해서 글을 쓰는 걸까. 난 내 감정을 상품화시키는 사람인걸까? 나는 순수문학을 추구하는 걸까? 강박적인 습관으로 글을 쓰는 순간부터 글의 진실성이 일그러진다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보면 난 모든 글에 모순이 존재하고, 순간순간 밀려들어오는 감정을 잊을까 주워 담는 .. 더보기
스물아홉번째, 나의 우상으로부터 #나의 우상으로부터 그는 나의 우상이었으므로 도울 일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도우리라 마음먹었다. 할 줄 아는 내가 가능한 일이라면 손 뻗어 나서고 함께하길 바랐다. 그런데 인간은 어쩌나 이기적인지 막상 상황이 다가오면 어쩔 줄 몰라 난처함부터 드러내고, 이제는 내가 중립에 서야하는 게 아닌가하는 심정들이 나타난다. 왜냐하면 두 우상 사이의 갈등으로부터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본디 인간관계에 중립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난날들의 경험들이 이 생각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사람은 뭐가 됐든 어느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며, 그럴 바에는 타당한 방향을 적시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쪽을 지지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만에 하나 그 양쪽 모두가 내게 소.. 더보기
스물여덟번째, 기회와 욕심 #기회와 욕심 분명 나는 능력 있거나 사랑받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따금 주어지는 기회들이 나를 혹하도록 만든다. 내 노력 덕택인지 나를 아껴주는 몇 사람의 과분한 제의, 권유로부터 많은 고민 때문에 그렇다. 어려운 일은 아니더라도 무슨 어떤 일을 맡아달라는 많은 처사들로부터 난 기회에 앞서 과욕이 아닌가하는 의심부터 든다. 나는 정말 나에게 맞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욕심에 앞서 손과 입을 남용하는 게 아닐까. 그게 아무리 권유에 의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여유롭지 못하고 해당치 못하면 덩달아 타인까지 피해 입는데, 그래서 모든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말처럼 되지 않으니 말이다. 작년 말레이시아를 다녀오면서도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겉과 다르게, 속으로는 의아한 감정들.. 더보기
스물일곱번째, 아직 너무나도 어리다는 것 #아직 너무나도 어리다는 것 시간이 지난다고 절로 성장하는 게 아니구나.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채하고 넘어 갔던 게 지난 21년이구나. 설령 안다고 해도 고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서 피한 게 여태까지의 나구나. 그러면서도 난 알고 있으니 노력하면 그만이라고 쓴 게 내 글이구나. 나열하자면 끝이 없는 자기회개에서 한탄할 만큼 한탄하자면 끝이 없지만 분명한 사실들은 적어도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되새길 필요성이 있다. 나는 아직 너무나도 어린데, 그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언제까지고 어른인척 또 어른처럼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누가 내 글을 봤을 때 장황한 이야기인데 뭘 진지하게 써놨냐며 비웃음 살 때면, 화에 앞서서 부끄러움만 들어 반박 한마디 못하고 지우개를 움켜쥐는 나의 모습은 부정했.. 더보기
스물여섯번째, 과로 아닌 과로 2018.03.11. #과로 아닌 과로 바쁘다. 몹시 바쁘다. 바쁜 데는 다 이유가 있고 굳이 말하자면 내 실수다. 학생회도 하고 국가근로도 하는데 스터디도 하고 강의는 여유 없이 들어서있다. 학교생활 잘하는 친구들이 세상 대단해 보인다. 이제 곧 이어질 동아리나 MT처럼 뭔가 계속 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무언가 잃어버려 한참을 곤란해 하기도 하고 써야하는 기획서, 영수증 증빙, 정산서, 신청서는 잘 넘어갔는지 국가근로에서 이뤄지는 장학금 제도를 잘 꿰고 있어야하고 발표수업은 미리미리 준비해야 하며 복수전공인 중국어는 앞으로 밑도 끝도 없이 공부해야 한다. 남들한테는 바쁘다고 하면 니가 뭘 바쁘냐며 맨날 개허세나 부리고 헛소리나 한다고 욕이나 먹고, 위로받을 대상이란 게 사실상 없다싶은데. 그래도 여기다.. 더보기
스물다섯번째, 그래도 2018.03.12. #그래도 사람에게는 개인적인 영역이 있다. 온갖 험담이나 악담이나 뒷담이나, 진짜 세상 끔찍한 이야기를 들어놓는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그렇다. 정말 듣다보면 이 새끼들이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해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어쩌다보면 술기운에 동조해 동의하는 나 역시도 할 말은 없다. 그렇지만 차례차례 술이 깨어가며 멀쩡한 정신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이게 어디까지가 맞고 이해해야 하는 일인지 의아할 때가 잦다. 걔는 별로더라, 그딴 노래를 왜들어? 이상한 새끼들이야, 정치는 말이야, 그 새끼는, 누군가의 뒷담이나 특정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그 과정 속에서, 제정신으로 가만히 있는 나는 이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어야 하는 걸까. 그래도 친구인데 그냥.. 더보기
004, 혐오가공 #혐오를 가공하다. 출처는 좋아하는 어느 개인 라디오다. ‘언어 혐오’, 혐오적인 단어를 사용할수록, 오히려 그 현상이 심화되고 생각은 번지며 더욱 심각한 현상으로 거듭난다는 이야기. 맘충이나 틀딱처럼 말이다. 익히 들어봤을 이 단어들은 혐오를 공유할 수 있도록 수단화되어 누군가를 비난하기 편리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 단어로 하여금 웃거나 비난하며 공감을 사고자라 유행어처럼 번진다. 특정 대상에 대해 비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하나의 범주로 밀어 넣어 통일시키면 누구든 편하고 간단하게 많은 다수를 혐오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저마다 다른 사람일 텐데 이들은 하나의 유형으로 일반화되는 일이 마냥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맘충이란 단어를 알고 있던 어느 한 주부가 카페에서 맘충 소리를 들었다면 정당성의 여부.. 더보기
스물네번째, 성장을 의심하다 #성장을 의심하다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상황을 마주한다. 아무것도 아닌데 당황하거나, 부끄러워지는 일도 다반사고 때때로 잘하는 일이라 자부했지만 남들에게 보여주자니 역부족한 상황이 있을 때 우린 스스로에게 의문을 가진다. 나는 성장했다고, 내지는 변화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따금 보여 지는 나의 모습은 아직도 한참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정말 내가 성장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뭘까. 확실한 척도가 존재할까. 난 이런 고민들에 항상 생각을 가지는데, 내가 내리는 대답은 이렇다. 변화하고 성장하게 만드는 주체도 나이고,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대상 역시 나다. 그럼 변화는 한사람에 한정되는 일일까? 난 이 부분에서 ‘내 변화가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 가치를 가졌을 때’, 비로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