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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스물세번째, 순수한 죄책감 #순수한 죄책감 평생 글을 쓰겠다고 약속한 계기가 있다. 바로 죄책감이다. 나는 여전히 죄책감을 느낀다. 햇수로 치면 벌써 4년이나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인간관계가 그렇듯 마냥 싸운 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내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막심한 선택이었는지 서서히 깨달았다. 의 표현처럼 오히려 시간이 흘러 기억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기억은 더 세세하고 뚜렷하게 보이는 듯하다. 사람을 가벼이 여기던 시절에 그냥 재밌는 놈이구나 싶어 친하게 지냈던 옛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네 도움은 내 생활 전반에 스며들어 있었다. 막무가내로 쓰던 글을 너에게 보여줬고, 너는 우스갯소리를 섞어가며 부담 없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모든 꿈에 대해 부정하던 나와 정반대의 가치관과, 그러면서도.. 더보기
열네번째, 침묵 #열네번째, 침묵 농담을 주구장창 늘어놓다 정말 진지한 얘기가 나올 때. 난 입을 꼭 다물고 나 아픈 얘긴 안한다. 나라는 사람의 특징이나, 고작 이런 내가 타인의 얘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는다. 또 이게 나다. 나의 침묵은 타인을 위함이다. 분위기를 위해서, 속상한 너를 위해서 기꺼이 귀를 내어주는 나다. 그런데 간혹 사람들은 왜 넌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며 반대로 속상한 내를 들어낼 때가 있다. 난 너를 위해 침묵하고 있는 건데 왜 섭섭해 하는 거야? 라고 물으면 그게 아니라 너도 네 이야기를 해봐, 라고 말한다. 그리곤 또 깨닫기를, 그래. 나는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답답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답은 언제나 그렇듯 글을 쓰며 알아냈다. 나는 오직 글을 통해서만 모자라고 답답하.. 더보기
열두번째, 가치 #가치 나는 때때로 이 블로그에 남기는 글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봐주지 않는 블로그에 혼자서 열심히 적는 글이 무슨 소용이냐고, 그건 혼자 한 낙서에 지나지 않는다며 스스로 의미를 퇴색시키고 위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내 글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알 수 있다. 내 글은 기록이자 위로이고, 추억이자 조언이다. 세상에 가치 없는 글이 없다고 배운 내 어린 날의 글처럼, 내 마음 속에 있는 많은 응어리나 또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나, 내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지. 내 2017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건 그 자체로 가치다. 내가 쓴 모든 글은 나를 향해 쓴 글이기에 그건 그 자체로 위로였고 조언이었다. 내가 힘들거나 혹은 도저히 글을 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