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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열네번째, 침묵

#열네번째, 침묵

 

  농담을 주구장창 늘어놓다 정말 진지한 얘기가 나올 때.

   난 입을 꼭 다물고 나 아픈 얘긴 안한다. 나라는 사람의 특징이나, 고작 이런 내가 타인의 얘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는다. 또 이게 나다. 나의 침묵은 타인을 위함이다. 분위기를 위해서, 속상한 너를 위해서 기꺼이 귀를 내어주는 나다. 그런데 간혹 사람들은 왜 넌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며 반대로 속상한 내를 들어낼 때가 있다. 난 너를 위해 침묵하고 있는 건데 왜 섭섭해 하는 거야? 라고 물으면 그게 아니라 너도 네 이야기를 해봐, 라고 말한다. 그리곤 또 깨닫기를, 그래. 나는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답답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답은 언제나 그렇듯 글을 쓰며 알아냈다. 나는 오직 글을 통해서만 모자라고 답답하고 텁텁한 내 속내를 드러낸다. 그것도 오직 이 자리에서만 말이다.

   꼭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모든 감정에 진솔했던 나였는데, . 너는 왜 말할 때마다 침묵이고, 영혼도 없고, 리액션만 있는 거야? 그런 투덜거림이 쌓이다보니. 내가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못하는 사람이 됐다는 걸 알았다. 그러면서도 글을 쓸 때는 주구장창 재미없는 말을 잘 늘어놓는데, 그렇다면 가진 게 있으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싶다. 나의 침묵은 얼마 전까지 배려였는데, 이제는 이기주의가 된 거다. 내 아픈 모습을 감추고 타인의 아픔을 돌보는 건, 고작 위선에 불과했던 걸지도 모른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들어주기만 하는 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은 오만이었다. 적어도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면, 내 아픔도 고백해야 함을 늦게나마 알았다.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돌아가는 길에 든 생각을 늦게나마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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