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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열세번째, 빈자리

#빈자리

 

자퇴한다고. , 그래.

    털어놓자면 지방 수준이 거기서 거기라고, 나와 너와 우리를 비하하고자 함은 아니지만 그 결말은 대개 정해진 듯 곧바르다. 항상 곁에서 어이없지만 재밌는 이야길 늘어놓던 네가 앞으론 자퇴해서 없다고 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 쓸쓸한 일이겠구나 싶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선택이 있고 그건 자유이며 내가 간섭할 수 없기에, 고작 정 때문에 학교에 남아있다면 되려 한심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말릴 수 없다. 그래서 우린 그렇게 헤어지고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아마도 이게 인연의 끝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말하길, 대학교에서 만난 인연은 정말로 얇디 짧다고 했고 난 믿지 않았지만 이제와선 믿고 싶지 않더라도 믿어야 한다. 굳이 사족을 달 것 없이 우리가 헤어지는 일만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이건 어느 한 쪽이 연락을 포기한다거나 하는 일원적인 문제보다도 많은 부분에선 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거다.

    물론 그 빈자리는 누군가 채우겠지만, 그건 고작 덧난 상처와는 달리, 다른 사람이 채우면 이전 사람의 느낌 역시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지나간 사람들을 하나한 세다보면 열 손가락을 넘고, 또 잊었다고 생각해도 가끔 연락이 오면 보고 싶어 하는 그런 인연들이다. 혼자가 편하다고 하는 건 영역의 문제지, 결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러니 나는 반대로 이 빈자리를 누가 채웠는지, 누가 있었는지 기억하려 한다. 우리가 멀어지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내가 너를 기억하는 일은 어쩔 수 있으므로. 내가 너에게 감히 말한다.

 

너도 자퇴해서 열심히 살아,

그리고 가끔 나한테 연락해.

그래도 우린 친구고, 나는 너를 기억하고, 네가 친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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