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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열두번째, 가치

#가치

 

    나는 때때로 이 블로그에 남기는 글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봐주지 않는 블로그에 혼자서 열심히 적는 글이 무슨 소용이냐고, 그건 혼자 한 낙서에 지나지 않는다며 스스로 의미를 퇴색시키고 위축하려고 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내 글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알 수 있다. 내 글은 기록이자 위로이고, 추억이자 조언이다. 세상에 가치 없는 글이 없다고 배운 내 어린 날의 글처럼, 내 마음 속에 있는 많은 응어리나 또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나, 내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지. 2017년은 어떤 한 해였는지,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건 그 자체로 가치다. 내가 쓴 모든 글은 나를 향해 쓴 글이기에 그건 그 자체로 위로였고 조언이었다. 내가 힘들거나 혹은 도저히 글을 쓸 용기가 안 나거나, 누가 내 글보고 유치하고 형편없다고 말했을 때 오히려 용기를 준 내 글들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간다. 그건 자의식 과잉 같은 게 아니다. 어제의 나의 기록으로 용기를 얻는다는 것. 그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정말로 살아 숨 쉬는 게 느껴질 만큼, 짙은 용기를 건네준다. 때문에 내 글은 가치 없지 않다. 그리고 또한 앞으로도 계속 써가려고 한다. 짧아도, 늦어도 상관없다.

    그저 연결하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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