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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51, 여자 그리고 결혼 #51 2018.09.21 "이모부요?" "그래 이모부. 너도 옷입고 나와" 내게는 여섯 이모가 있다. 그 중 막내 이모는 마흔이 넘었고, 결혼은 하지 않았다. 한손에는 빗을, 한손에는 담배를 키링처럼 달고다니는 이모는 언제나 뚱한 표정으로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곤 했다. 술을 먹고 들어와선 안주를 내게 주거나 하던 기억도 있다. 이모는 언제고 알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눈매는 꼭 엄마와 닮았지만, 미소 가득하고 웃기를 좋아하시던 엄마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대체 이모는 무슨 생각을 할까. 너무나도 어른이 짙은 이모였다. 그런데 내가 스물이 되고 나서 난데없이 이모는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사실 고등학교 적에도 몇 번 있었다. 그건 무엇을 위한 연애였을까. 사랑이라기에는 조금 거리가 있.. 더보기
도쿄 여행기, 01 출국과 숙소 도착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이제와서 보면 너무나 짧고, 4박 5일을 마음껏 즐겼다기엔 소소해 보인다. 그래도 소확행이라 하듯이 분명 즐거웠다. 분노를 사려가며 참기도 하고 일본 사람들과 웃기도 했다. 비싼돈 주고 올라간 도쿄 탑덱에서 저 야경을 마주치니 감정이 추스려졌다. 이게 여행이구나 싶더라. 이 일정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공항에서부터 있었지만, 무겁다고 툴툴거리다 놓고온 노트북이 발목을 잡았다. 내 일본어 수준으로 쓰기엔 너무 중학생 수준이 아닐까 싶어. 핸드폰은 불편하니 말이다. 그래서 한국에 다시 돌아온 이 시점에 글을 써본다. 혹시나 정보를 원할지 모르니 대충 요약해둔다. 우리는 T'way(저가항공)에서 왕복으로 약 2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나리타-인천공항 행을 탔다. 그리고 도쿄메트로 패스권을.. 더보기
#45, 버스 #버스 언제나 버스에서는 생각이 교차한다. 연이어 변화하는 풍경으로부터 한적함을 얻고, 매사 얽매이는 고민으로부터 일순 휴식하는 찰나다. 큰 덜컹거림만큼 손잡이를 쥐는 힘이 강해지듯 많은 고민을 그만큼이나 억누르려는 장소. 서로 모르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바로 버스다. 늘 넋을 놓고 바깥을 바라보자면 금방 시간이 지나곤 한다. 혼이 없어 보이는 표정인 반면 내 머릿속은 항상 무언가로 북적댄다.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 때, 진실을 고백해야 할 때, 내일의 걱정, 어제의 후회가 저마다 다른 사정이면서도 이곳에서만 오면 본디 하나인 것 마냥 하나의 뭉텅이가 된다. 그리곤 35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흐르고 약속된 풍경을 보면 다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한다. 그럼 그 고민의 결론은 .. 더보기
스무번째, 주워담는 일 #주워 담는 일 누군가 부정해도 나는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모든 사유는 같은 흐름이고, 우리가 저마다 가진 말의 기저엔 동일한 논리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쓰는 글은 표현법이 다를 뿐이지 모두 같은 이야기며 단지 직업적인 작가들의 글은 더 세련되고 정제된 표현들에 의해 매문된다고 느낀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글 쓰는 일에 관해서 많은 푸념을 하는데, 다름이 아닌 자기 글을 의심하는 일이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 이런 글을 써도 누가 봐 주겠냐”며 하소연하는 일들을 생각해보자. 어쩌면 읽고 있는 당신과 글을 쓴 나도 분명 해보았던 말이다. 분명 글은 배운 모두가 쓸 수 있는 자유로운 행위다. 그렇지만 주변의 시선은 오묘하게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는데, 마치 우리의 글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평가하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