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

#45, 버스

#버스

 

 

    언제나

    버스에서는 생각이 교차한다. 연이어 변화하는 풍경으로부터 한적함을 얻고, 매사 얽매이는 고민으로부터 일순 휴식하는 찰나다. 큰 덜컹거림만큼 손잡이를 쥐는 힘이 강해지듯 많은 고민을 그만큼이나 억누르려는 장소. 서로 모르더라도 함께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바로 버스다.

늘 넋을 놓고 바깥을 바라보자면 금방 시간이 지나곤 한다. 혼이 없어 보이는 표정인 반면 내 머릿속은 항상 무언가로 북적댄다.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해야 할 때, 진실을 고백해야 할 때, 내일의 걱정, 어제의 후회가 저마다 다른 사정이면서도 이곳에서만 오면 본디 하나인 것 마냥 하나의 뭉텅이가 된다. 그리곤 35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 흐르고 약속된 풍경을 보면 다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한다. 그럼 그 고민의 결론은 무엇인가. 굳이 깊게 유추할 필요 없다. 결국 수순이다. 피하지 못한다면 모두 겪어야 할 예정이다. 걱정보다도 걱정에 앞서 할 역할을 다해야, 보다 나은 전철을 밟을 수 있으니까.

    사실 그렇다보니 어쩌면 버스가 내게 원하는 결론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결국 같은 장소에서의 출발과, 같은 목적지에서의 도착이. 언제나 엇비슷한 고민들이 시간이 지나고서는 비슷한 결론으로 합쳐지고는 했기에 말이다. 당연히 그 과정이 같을 리는 없다. 반복재생처럼 같아 보이는 풍경도 벤치의 빈자리나,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수, 언제는 따뜻했지만 이제는 더워서 밉기만 한 햇빛처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는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일 리 없는 머릿속에선 완전히 다른 세상이니까.

그러고 보면 다른 사람들도 같은 걸까.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나뉘는 타인의 행보가, 우리를 이     한 자리에 모았다고 생각한다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던 시작이 혹시나 싶어 지나면 같은 결론에 도달하듯, 이 사람들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괜한 상상력은 오지랖을 콕콕 찌르고는 타인을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한껏 차려입은 복장이, 묘하게 웃음 짓고 있는 표정이, 바닥에 놓은 박스나, 핸드폰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던 그 여자의 표정까지도. 인연이라곤 전혀 없는 타인의 행동을 보곤. 저 사람들 모두가 같을까 싶은 심정 말이다.

    의도하지 않은 사색의 장에선 어리숙한 만남이 없다. 모두가 자연스레 탄 버스는 완전히 우연으로 꽉차 우연으로 스쳐가는 인연이므로. 우리들은 그렇게 흘깃흘깃 표정, 행동, 옷차림, 목소리를 통해 무언가를 유추해가며 헤어진다. 어쩌면 그런 게 버스가 아닌가 싶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47, 욕심  (0) 2018.07.19
#46, 다시 허영  (0) 2018.07.18
#44, 학교생활이란  (0) 2018.07.16
#43, 오늘의 빗소리  (0) 2018.07.08
#42. 시간  (0) 2018.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