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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42. 시간

#시간

 

    시간으로부터 거리를 두고서 차츰 둔감해질수록, 하루의 빠르기는 변화한다. 오늘이 며칠인지 모르고 마냥 흐르는 채 기다리고 있다 보면 그게 하루든 일주일이든 그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매일매일 노력했다고 하더라도 그 한 순간의 놓침은 노력한 만큼의 배가 되는 허망함을 안겨준다. 그게 시간이고, 어쩌면 그게 전부이다.

    고등학교 무렵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느렸던 건, 어쩌면 매일이 똑같다고 투덜거리는 사이에도 각기 다른 인간관계와 매번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하루하루가 달랐기 때문이다. 1교시와 2교시 사이의 쉬는 시간을 애타게 기다리며 매 순간의 시간을 확인했고 결코 둔감해질 리가 없었기에, 학교를 가지 않는 그 소중한 시간들로부터. 고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햇수가 지나 대학이 오고 정말 신기하리 만큼 반복되는 하루로부터, 힘듦의 여부를 떠나 그저 손쉽게 지나버리는 시간들이 겉잡을 수없이 많아졌다. 그래서 거듭되는 노력에 난 시간에 둔감해지고 지금은 그 하루의 길이를 재기도 어려워졌다.

    노력이라는 건 무엇일까. 변화하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서 나올까. 깊은 고민들을 통해 그 결론을 낼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이 지나고 있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그러나 이게 정말 가치 있는 생각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언제든 계속된다. 결국 이것 역시 반복되는 하루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자만심이 인연을 앗아가듯, 오늘만이 특별한 분기점이란 착각이 오늘의 진짜 가치를 허투루 만들고 있다.

    오늘만큼은 특별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소비해야한다고 본다. 그래야 이어갈 수 있다고. 매일매일 커터 칼의 부분처럼, 글을 쓴다고 몇 장 끄적이다가 통으로 쓰지 못하게 된 노트처럼. 허구한 날 논하는 가치가 아니라 정말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현실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나는 언제고 어제의 나처럼 헛짓을 이어갈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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