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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44, 학교생활이란

#학교생활이란

 

    학교에서 근무하는 나는 언제나 주변이 연장자로 가득하다. 교직원분들은 물론이거니와 함께 일하는 학생들 역시 적게는 3, 많게는 5살에서 7살까지 나이차이가 나기도했다. 당연히 장난치고 놀고 하면 나이고 뭐고 어디 있겠는가 싶으면서도 취직, 컨설팅, 이력서와 같은 실무적인 이야기 앞에선 한없이 어리다는 사실을 자주 느낀다. 왜 고등학교의 시선에서는 아무리 똑똑한 중학생도 한없이 어려 보이듯이, 학업의 연장선상인 대학교에서 역시 저학년과 고학년의 기준은 분명히 나누어진 선이 있곤 했다.

    그 중에서도 몇몇 누나들은 내게 이런 말을 자주하곤 한다. “넌 부럽다.”라고 말이다. 내가 학교를 다니며 가진 부담이 누나 본인들보다는 훨씬 덜하다는 표현이었다. 그게 허울이 아님은 진작 알고 있었고, 실제로도 매일매일 업무에 짬이 나면 외국어나 자격증에 관련한 책들을 들여 보는 모습을 익히 보았다. 나와 장난치면서도 필요하면 매사 본업을 집중하는 모습이 내가 고작이라고 어리 짐작한 3, 4살 차이의 간격인 셈이다.

    군필자도 마찬가지다. 군대를 옹호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대부분 군필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격이 있고 일처리를 똑 부러지게 하는데 단련된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른 이유는 봐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듯 내가 봐온 모든 군필자들의 모습은 그러했다. 결국 이들 모두가 나와 간격이 있는 앞서간 미래이고, 내가 미리 맛 볼 수 있는 간접적인 경험이니까.

    학교생활을 하며 많은 인연들이 스쳐간다. 후배도, 동기도, 선배도. 그 중에서도 선배들은 안이하게 방치되어 있는 내 머리로부터 많은 고민을 쥐어준다. 앞으로의 미래, 장래, 계획과 현실, 정말 해야 할 일. 언제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과제. 그건 필연이다. 그리고 이런 소중한 사실들을 옆구리를 찔러넣듯 말로 꽂아주는 이 소중한 사람들조차, 그저 스쳐 지나가는 짧은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 사실이 학교생활이다. 누나들도 자주 그런 말을 내던지고는 한다. 결국 잠깐의 학교생활이 끝나면 또 각자의 길로 향한다고. 나처럼 정이 많은 사람은 계속 연락할거라는 사족을 달지만, 또 한편으로 나처럼 현실적인 사람은 그러한 정이 보여주기 식일 뿐인,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정말 짧은 마음다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그래서 난 적어도 학교생활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많은 배움을 일말 마음에 남겨, 당장 현재에 효용적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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