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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점을 결심으로

결점을 결심으로

    하루에 두 번 씻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울 여름. 나는 휴학을 했다. 핑계는 각양각색. 학과 프로그램과 총무 업무로 스트레스를 받았느니, 중국어학 연수를 위해 공부를 한다느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고 회화를 위해 여행을 다니겠느니 하는 대학생들의 모범적 핑계다. 그렇다고 솔직하게 "교수님. 제가 CC를 하다 깨져서 휴학할겁니다."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거짓말로 치장한 셈인데 그다지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휴학한다고 하니 그런거 쓸모없고 하지말라며 계속 반대하신 그분의 섬세함에 감탄을 넘어 화가 날 지경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이제 휴학생이다. 기분은 오묘하다. 늘상 캘린더에 가득찼던 일정 무더기들이 이제 텅텅 빌거라 생각한다면 덜컥 내가 바보가 된 느낌도 든다. 뭘 하고 있는거야? 아무리 모난 지잡대라도 취직은 해야하고, 자격증은 필요하고, 과 이수하고 복전하고 졸업도 하고 그래야지. 아 시발. 난 그런 거 모르겠고 좀 쉴 거니까 제발 내버려둬. 정말정말정말 이런 심정이다. 다른 휴학생들도 충분히 납득하지 않을까. 인생에는 몇 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휴학이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 이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안다. 그럴 리가 없다. 학교에서 12시간 놀고 밥 두끼를 먹은 일상을, 집에서 12시간 게임하고 밥 세끼 먹는 일상으로 치환시킨 걸지도 모른다. 물론 딱 맞을래야 맞을 수가 없는게 하루하루겠지만 내가 충분히 위협적인 백수생활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다. 이제 연애는 못하므로, 그 대상은 나 자신이 되겠다. 블로그에 적은 이 문구를 항상 곱씹는다. 결점을 결심으로,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는 단어는 결실이다.

    블로그에 깨작 글을 쓴다고 인생이 성공하겠냐? 그게 아니라 블로그에 꾸준히 써서 만족감이라도 얻자는 취지다. 그거해서 밥주냐고 누가자꾸 물어보는데, 적어도 네 자위보단 영양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싶은 취미를 마음껏 가꾸어가는 일이 왜 타인에게 간섭받고 비웃음 살 일인가. 나는 정말 있는 그대로를 쓰는데 뭘 자꾸 오글거린다고 그러는 건지. 그런 폭력적인 용어는 대체 어디서 배워오고 배워온데서 활용못하니 애꿎은 이 구석에 와서 난사하는 건지. 그것 역시도 자위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어쩌면 그걸 알리기 위한 블로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