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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46, 다시 허영

#46, 다시 허영

 

    줄곧 평가가 두려웠다. 그럴수록 단 말을 내뱉었다. 누구에게나 할 수 있다고 덜컥 응원하기도 했다. 실은 스스로를 투영한 자기위로일지도 모르면서도 말이다. 응원이란 허울 좋은 말로 한참이나 바람을 넣고 나면 너보다도 내가 더 큰 만족감을 얻곤 했다. 주거니 받거니 마냥 내가 좋게 평가하면, 나도 좋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한참 기대했다. 그걸 허영이라고 듣고 나서부터는 점점 생각이 엉켜든다. 분명 사람마다 다를 텐데도,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혹한다. 사실 난 칭찬받기 위해 타인을 칭찬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하면 타인을 대하는 습관과 태도는 남김없이 가짜가 아닐까. 종국에는 난 개살구밖에 더될까.

    보는 사람들마다 오글거린다며 웃음을 친다. 내 진지한 말투가 재미없다며 경시한다. 논리가 없다며 웃음 산다. 미사어구로 덕지덕지 발라놓고 멋있어 보이길 바라냐는 말. 어린애에 불과하다는 냉담이 섞인 어조들은 어디부터가 조언이고 어디부터가 비난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얼어붙어 있다. 내 글이 전부 허영에 불과하니까, 곱게 접어 넣고 네 취직에 그럴듯함을 더해줄 노력을 하라 단언한다. 그게 최고의 해답이고 최선이므로 글재주가 없는 나에겐 세상을 똑디보게 만들 조언이란다. 한참이나 말을 듣고 감사함보다 서러움이 몰아쳤다. 수없이 경험했다. 서러운 건 모난 글 때문이 아니다. 5년 전과의 격차다.

    사람은 정말 변할 수 있는 걸까. 한 가지 주제로 지난 3년을 일관했다. 목표에 순치시키려고 딴의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도 나를 상징하는 말이 허영이라면 그 얼음물 같은 시선에 이가 아려온다. 고등학교 무렵 용기가 없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실들. 난 정말로 글이 쓰고 싶어. 그렇지만 동시에 평가의 잣대를 들이미는 시야가 너무 무서웠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무섭다. 피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왜 무서워해야하는지. 왜 누군가가 모두 평가의 대상인지. 나 역시도 그 금기를 허구한 날 무너트리고 타인을 평가하고 있자면. 비로소 내가 언제고 제자리란 사실만을 재확인 시켜주곤 한다. 난 여전히 같은 자리다.

    이런 타인의 시선이 시련이라기엔 너무 웃기다. 교수의 면전에서 비웃음사는 일은 연구실을 나오면 그만이다. 내가 자만으로 꽉 찼다면 빼내면 그만이다. 내가 아직도 허영이라면, 하도 맞아 부어오른 붓기가 빠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것보다도 내가 집중할 건.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내 마인드다. 모순이 없는 내 생각이다. 뻔뻔하지 않아야 할, 허구한날 깔아놓은 철면피가 아니라 정말 누군가를 공감해줄 수 있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본다. 아직 노력했다고 하려면 한참이나 햇수가 모자란다. 이제와서 멈추면 자위밖에 더될까. 부디 지난날이 개헛짓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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