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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48, 아쉬움

#아쉬움

 

    나도 안다.

    누나가 나를 좋아할 이유가 없다. 내가 누나를 좋아할 이유가 없듯이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끌리는 행동에는 어쩔 수가 없다.

 

    자주 이야기를 듣는다. 넌 항상 티가 나. 뭘 하든, 거짓말도 제대로 못하는 게 뭘 감추겠냐며 웃어넘긴다. 그 이야긴 빠짐없이 사실이다. 난 좋아하고 나면 아무리 무심해 보이는 표정이라도 사소한 행동부터 색깔을 뛴다. 뭘 하더라도 옆에 있으려고 바짝 붙고, 뭔가 하려고만 해도 도우려는 그 강아지 같은 모습이 풋풋하면서도 부담스러울 상이었다. 나도 충분히 알면서도 절제할 수 없다. 천성이다. 항상 바라보는 각도마저 일정하니까 분명하다. 누군가는 아예 내게 귀띔해서 이런 사실을 알려준다. 난 정말 몰랐다고 말해도 말이다.

    너무 무섭다. 누나가 나를 피할까봐, 싫어할까봐, 부담스러워 할까봐, 나는 더 친구로 지내고 싶다. 그러나 서로 사이의 나이 차이에 부담을 느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내가 조금이라도 자길 좋아하는 걸 안다면 당연히 나를 피할 테다. 내가 싫든 싫지 않든. 그것이 부담스러운 일이고 원치 않은 결과라고 생각할 사람이다. 대화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런 이야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결코 말하고 싶지 않다.

    누나에게 밝힌 내 연애사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이게 연애였을까 싶다. 태반은 내 잘못이다. 쉽게 사귀고. 쉽게 헤어지고. 그렇게 반복하면서도 늘 마음은 다 주었다. 그렇게 있는 걸 텅텅 긁어 다 내어주고 나면 헤어지는 일이 반복이 나를 지치도록 만들었다. 듣기로 모든 연애가 그렇다고 한다. 다 내어주면, 텅텅 비면 헤어진다고. 누나도 그랬다고 한다면 난 용기 낼 수 없다. 이미 나보다도 많은 경험으로 지쳐있을 테고. 어른스러움의 동의어인 둔감함이 나보다 배는 클 테다. 무엇보다 자기 동생만큼 어린 나를 대상으로 볼 이유는 눈 씻고 찾아보더라도 있을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한 곳을 명시한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인지, 정말 좋아하는 마음인지도 불분명한 어리숙함이다. 어쩌면 나를 한참이나 동생으로 보는 그 어른스러움에 이끌리는 걸지도 모른다. 불안정한 자신을 보완해줄 마감재를 찾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 행동이나 말투나, 모두 내가 좋아할 이상을 쏘옥 빼닮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래서 결국.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냥 바라만 보고 끝날 인연이다. 그게 너무 서러울 뿐이다. 만에 하나 내가 실수를 덜했다면, 더 과감하게 말하지 않았을까. 더 다가가지 않았을까. 그게 실패로 와닿아도 버틸 만큼의 재간이 있다면.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걸어보지 않았을까. 그게 아쉬울 뿐이다. 너무 아쉬워서. 또 아쉬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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