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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49, 다짐

#다짐

 

 

   주눅 들고 싶지 않다. 덜고 덜어낼 자신도 없다. 부족함을 깨닫기도 지친다. 많은 성공을 예상했다. 그만큼의 실수는 결코 예상 않았다. 몇 번이고 넘어졌다. 그만큼 일어났으므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반복이다.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 번의 다짐은 짧은 촛대마냥 녹아버리곤 한다. 충격은 그 연장일 뿐 근본은 무엇 하나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어리다는 글, 다 거짓말이다. 알아먹지 못할 이야기를 쓸 마음이 사라졌다. 행동하지 않고선 말이다. 반복하고 있다. 수 천 번이 넘도록. 헤어 나와야 한다. 쉽게 나올 수 없다. 그걸 안지는 이미 오래됐다.

   그만큼의 성공을 보았다. 이정도면 될 거라 생각했다. 실수하지 않으리라 막연히 믿었다. 그렇지만 뒷면을 살펴볼 섬세함은 없었다. 성공 배후의 노력이 뭔지 모르고 무지했을 뿐이다. 이정도면 되는 게 아니다. 무언가를 이루려면, 이 정도를 해야 한다고 말이다. ‘당연히 실수하지 않겠지가 아니라,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말이다. 그러면서도 똑같은 문제를 틀리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면. 그 화를 억누르려는 힘조차 없는 자신에게는 무슨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힘을 준다는 글들이 얼마나 무색한지 알고 나서는 말을 못 잇는다. 내 글이 얼마나 어리광인지 알고선 글을 못 쓰겠다.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부끄러움이라면 차라리 머리를 박고 편안히 생각하고 싶다. 결집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경험들이었다. 이해하려면, 생각하려면 혼자만의 소외가 다시 필요하다. 정리하고 싶다. 저변에 참담하게 묻어둔 부끄러운 심정을 다시금 보고 싶다. 얼마든지 괴로울 수 있다. 난 더 한심해야 맞다. 그게 아니라면, 먼 훗날 더 부끄러울 뿐이다.

그리고 이게 도망이 아니라면. 그걸 증명하는 방법은 내일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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