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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도쿄 여행기, 01 출국과 숙소 도착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이제와서 보면 너무나 짧고, 4박 5일을 마음껏 즐겼다기엔 소소해 보인다. 그래도 소확행이라 하듯이 분명 즐거웠다. 분노를 사려가며 참기도 하고 일본 사람들과 웃기도 했다. 비싼돈 주고 올라간 도쿄 탑덱에서 저 야경을 마주치니 감정이 추스려졌다. 이게 여행이구나 싶더라. 이 일정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공항에서부터 있었지만, 무겁다고 툴툴거리다 놓고온 노트북이 발목을 잡았다. 내 일본어 수준으로 쓰기엔 너무 중학생 수준이 아닐까 싶어. 핸드폰은 불편하니 말이다. 그래서 한국에 다시 돌아온 이 시점에 글을 써본다.

  혹시나 정보를 원할지 모르니 대충 요약해둔다. 우리는 T'way(저가항공)에서 왕복으로 약 2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나리타-인천공항 행을 탔다. 그리고 도쿄메트로 패스권을 구매하고, 도쿄 역 다음에 있는 간다역 주변의 Kanda Capsule Value hotel에서 이틀, 정확히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우에노 역 주변의 호텔에서 머물렀다. 금액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항공비로 20만원, 패스권으로 1만 8천원, 숙소비로 25만원 전후를 지불했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맥락이 흐트러질까 싶어 우선은 여행기를 적는다.

 

 

#01 출국과 숙소 도착

 

  이른 저녁, 천안에서부터 인천공항 제 1터미널까지 가는 버스에 올랐다. 바짝 채워넣은 캐리어를 밀어 넣고 묘한 마음으로 앉은 창가자리엔 묘한 감정들이 베였다. 이 4박 5일, 거즘 5일에 가까운 일본 여행이 끝나고 나면 몇 달 동안은 일에 몰두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마음을 텁텁하게 가두고는 했다. 해방감을 느끼기 위한 여행인데도 말이다.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끝에 공항에 도착하고, 아침 5시 55분 비행기를 기다리며 밤을 샜다. 친구와 잔뜩 너스레하다 짐을 풀고 정리하면서 과연 얼마나 채워질지 기대했는데. 한국에 돌아온 이 시점에서 쓰고 있자면 정말 예상 이상으로 채워왔다는 게 뿌듯하다. 아마 이때부터 여행을 끝마치고 글로 써보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현지에서 쓰고 싶었지만, 숙소에서는 한컴과 자판이 없기 때문에 내 일본어 수준으로 쓰긴 무리였으니 관뒀다.

 

 

  1터미널 3층에 있는 버거킹에서 밥을 먹고, 노숙한 뒤에 5시부터 급하게 보딩패스를 뽑았다. 원래는 일찍 뽑아두는 게 맞지만 여행 초짜들이 꼭 그렇다. 힘들게 힘들게 출국 절차를 밟고 정말 죽어라 뛰어서 57분, TW 항공편에 탑승했다. 이제 진짜 일본에 가는구나. 지나치게 덜컹거리는 비행기를 보면 혹시 못가고 죽는 게 아닌가 망상도 해봤다. 그래도 뜨는구나 감탄도 했다. 되지도 않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나리타 공항의 모습을 상상했다.

  일전에 대한항공을 탔을 때보단 아니더라도, 충분히 두근거렸다. 다시 외국으로 나간다는 벅찬 기대감에 감동하고, 처음으로 쓸 일본어를 얼마나 기대했는지. 참 사소했었다. 막상 4박 5일 내내 모르면 재밌는 장난치듯 모든 사람에게 일본어를 쓸 미래를 몰랐던 거다. 그런 마음으로 도착한 도쿄는 이미 심적인 거리로는 한국 옆나라가 아니라 미국만큼의 낯선 위화감이 들었다. 일본어를 쓰는 사람들, 메르스를 조심하라는 간판, 야생동물 주의, 세관, 영어/중국어/한글이 한데 섞인 그 환경들이 하나하나가 기억날 만큼 신기했다.

 

 

 입국 절차가 끝나고 일본에 들어오니, 긴 줄이 보였다. 말레이시아를 처음 갔을 때, 히잡을 쓴 사람으로 한 가득한 그 나라와 너무나도 비슷한 장면이었다. 우선 우리의 목적지는 도쿄역이었고 보통 행선지는 2가지였다. 도쿄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던지, 아니면 나리타에서 JR로 연결된 라인을 타고 이동하던지. 우리는 도쿄 고속버스(京成バス)를 이용했다. 정확한 시간은 구글에 KEISEI BUS를 검색하면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는데, 나리타 공항->도쿄행은 버스 티켓에 시간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반대로 도쿄->나리타 공항 행은 자동 판매기에서 매표하고, 구매할 시 정해진 시간이 없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우린 그랬다.

 

  일본이 대단한 나라임을 느낀 게, 버스표를 확인하더니 게이세이 회사 직원 분들이 직접 캐리어를 실어준다. 그것도 짐 하나하나에 다 표시를 해가며 말이다. 이런 서비스는 우리나라에 없지 않은가. 더 비싼 버스는 있나? 적어도 내가 타는 우등 버스에서는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기해신기해! 이러면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10분 정도 도쿄역으로 이동했다. 인터넷이 어려워 시간 확인이 어렵다면 아예 게이세이 버스 도쿄역 대기실에 한글로 된 팜플렛이 있다. 이를 써먹도록 노력해보자. 난 돌아가는 버스에서 비에 젖어서 버렸다. 망할 비. 여행에 비는 언제나 따라붙는다. 그렇게 도착하면 위의 사진처럼 주변 도쿄의 풍경이 보인다.

 

  우린 다행히도 숙소가 간다 옆이었지만, 숙소가 좀 멀다면 아마도 고생을 할 것. 버스가 아니라 전철 라인을 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일본에 도착했다면 도쿄 메트로의 개념을 알아야 하는데, 일단 보자.

 

 

  몹시 복잡해 보이는데. 솔직히 간단할 것. 왜냐? 계속 타면 외워진다. 마루노우치와 긴자를 20번 넘게 탔더니 히비야/한조몬/아사쿠사/시부야/신주쿠가 전부 외워진다. 이상한 지명을 다 외울 필요는 없지만서도 말이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거다. 아무리 가까운 역도 120엔, 즉 1200원 이상이 든다. 그래서 보통 도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Metro pass권을 구매하는데, 이는 공항에서 직구하던지 아니면 한국에서 구매해야 한다. 여행 인싸는 한국에서 사전에 준비해가고, 우리같은 여행 아싸는 보통 직구한다. 나는 일본어를 써가며 직구했다.

  패스권은 3개가 있다. 24시간, 48시간, 72시간.

  금액은 까먹었다. 자세한건 검색해보도록 하자. 24시간은 800엔, 72시간은 1500엔이다. 근데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건 도쿄 메트로 패스권. 즉 도쿄 메트로/토에이. 두 사철의 라인만 포함된다. 국영인 JR과 유리카모메(도쿄-오다이바를 오가는 모노레일)과 같은 별도 사철들은 제외한다. 그래도 도쿄 메트로 & 토에이가 있다면 대부분의 지역을 값싸게 다닐 수 있으니 꽤 유리하다. 많이 다닌다면 반드시 사야한다. 영업이 아니라 필수 권장이다.

  내용이 길다. 아마도 안 읽을테니 요약한다.

 

  도쿄에는 JR과 사철이 있다. JR은 국영, 사철은 회사들.

  거기서 Tokyo Metro pass권을 사면, 대표 사철인 도쿄메트로 & 토에이를 시간 내 공짜로 쓴다.

  시간 별 24시간, 48시간, 72시간이 있고 첫 사용 이후 제한시간 내에는 얼마든 공짜로 쓴다.

  추가 정보로 대부분의 사철은 12시까지 운영한다. 아마 첫차가 5시에서 6시였을 것. 클럽을 간다면 돈이 많은 놈일 테니 그냥 사라. 난 클럽은 안가봤다. 아톰 가보고 싶었는데.

  아깝다고 생각말자. 1500엔, 아주 이득보는거다. 난 체감상 실 3000엔 정도 탔다.

 

 

 

  간다역에 도착한 우리는 치요다 구, 간다역 주변의 Capsule Value Hotel에 있다. 이 건물도 틈새 건물에 연식이 제법 됐는데, 아주 좋다. 도쿄 여행을 가는 사람에게 아주 강추한다. 물론 씻을 때 같이 씻고 자는 공간을 공유하는데. 소음이 심하지도 않고 생각보다 아늑하다. 근데 남자 전용이다. 애시당초 남자가 아니면 이런곳에서 못버티겠지.

 

 

  귀찮아서 퍼왔다. 정보는 다음과 같다.

  하루당 4만 5천원에서 5만원. 특실은 아마 없다. 체크인 11시, 체크아웃 9시다.

  1층 카운터, 공동공간, 지하는 목욕탕, 2층에서 7층까진 캡슐 호텔이다. 오직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층마다 화장실이 배치되어 있다. 몹시 깨끗하며 당연히 세면대도 구비된다. 아침마다 침대와 이불, 일회용 칫솔을 제공해준다. 엘리베이터로만 이동하길래 불나면 다 죽나 싶었는데. 층 끝에 비상계단이 있다. 죽으라는 법은 없는듯. 발냄새가 좀 나는 층이 있다.

  씻는 건 지하에서 씻는데, 칸막이 이런게 아니라 작은 목욕탕이다. 불편한 사람은. 음. 싼값에 씻어야지 뭘. 다른 일본 호텔이 그렇듯 여기도 물을 자판기에서 뽑아먹는다. 2층에서 7층까지는 캡슐 호텔 - 자는 공간이기에 뭘 먹을 수는 없고. 1층 공동 공간에서 먹어야 한다. 컴퓨터도 있다. 일본어, 할수있으면 써라. 한글 자판 없다. 나갈 때는 카운터 박스에 키를 넣지..는 말고, 그 박스는 체크아웃 할 때 넣는 박스다. 아마도. 그냥 벨류 호텔 갈꺼면 댓을 달아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나한테는 베스트였다.

 

  신기했던 게, 저 작은 공간은 약 2m 정도인데. 연식이 오래된 라디오와 TV가 있다. 분명 저걸 보면 이 호텔이 제법 오래됐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전혀 더럽지 않다. 오히려 너무 깨끗해서 신기할 따름이다. 이게 일본인가 싶었다. 엄청 오래된 물건인데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그런 묘함 말이다.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며칠 후 가와사키 행 JR에서도 똑같이 느꼈다. 정말 대단한 나라다.

  

  아직 사진을 정리중이어서 글은 여기까지다. 내 일기다 일기. 처음 갔을 때, 그 어려움과 낯섬이 너무 좋았다. 변태같은 말이지만 지나고 나아지면 정말 추억이다. 도쿄역에서 간다를 가야하는데 패스권을 사놓고 마루노우치랑 긴자선을 몰라서 3,4 번으로 가 JR라인을 탔다. 돈 날려먹는 게 최고의 추억 아닌가? 여러분도 분명 그런 추억을 쌓을 테다. 안 쌓으면 내가 아쉽다. 이건 별도의 꿀팁인데, 도쿄역 라면 스트리트 맛없다. 난 그랬다.

 

여행 갈 분 꼭 댓 달아주면 좋겠다. 얘기 나누니 너무 재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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