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필

열번째, 절박함

#절박함

나는, 글이 쓰고 싶다. 그게 내 꿈이거든.”

?”

  어쩌면 신문 읽는 애를 괜히 건드렸나 싶으면서도, 놈은 내 이야기를 들으려는 듯 몸을 비틀어 뒷 좌석의 나를 처다보았다. 그리곤 안경을 추켜세우곤 말하려는 모양새를 하니 내 말에 대답해주려는 모양이었다.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 저 몇 마디는 실은 마음속으론 어렵게나마 용기내어 한 말이었지만, 아마도 이 놈은 내 그런 어려움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글 좋지.”

  너는 좋다고 대답했지만 역시 넌 세상에 염세적인지라 뒤에 따를 말이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어떤 방식으로 내게 조언하고 또 대답할지에 대한 걱정도 함께였다.

어차피 자기소개서라든가. 그런걸 하려면 글도 잘 써야하잖아?”

그런 이야기로 이어질줄 차마 몰랐는데.

그렇지.”

나는 그런 이야기였다며 자연스레 거짓말했다.

  그전에 앞서서 내가 생각한 글은 도대체 뭐였을까. 그리고 난 급히 주제를 옮겨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차에서 내리고 나니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런 우스갯소리야 아무래도 좋았고 어차피 더 우스운 건 친구에게 글 쓰고 싶다는 이야기도 제대로 못하는 나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곤 절박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난 왜 글을 쓰려하고, 왜 타인에게 말하길 두려워하는가.

  실은 첫 번째 의문에 대해서는 수없는 고민을 통해 몇 가지 대답을 얻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감정을 분명히 담기 위해서다. 가짓수를 정할 수 없는 삶에선, 매 모든 순간에 옳은 정답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환경이 아닌 스스로를 바꾸는 일이 가장 현명하고 효율적인 선택이다. 즉 나는 나라는 인간이 오롯이 성장하기 위해선 글이란 매체가 내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에, 또 그것이 마음이 편하기에 글이라고 선택했다. 하지만 현재의 난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던 어느 날들과는 다르게 지나치게 시간을 허비하는 현재로썬,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도당최 어떤 마음인지도. 내가 가진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스웠다.

  글을 쓰고싶었다고 말할 자신이 없는건 바로 이거다.

  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지, 정말 글을 쓰고 싶은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저히 글을 쓰고 싶다고 당당히 말할 수 없다. 양심적인 사람이 되고싶어서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나는 정체되어, 결국 아무것도 못한 채 내 삶이 끝난다면,

  그것보다 부끄러운 게 있을까.

  그렇다면 내게 가장 필요한 건. 다시 부끄러움을 가지는 일이 아닐까.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두번째, 가치  (0) 2018.01.30
열한번째, 사소함  (0) 2018.01.30
아홉번째, 관계의 상대성  (0) 2018.01.11
여덟번째, 사이사이  (0) 2018.01.06
일곱번째, 감사히  (0) 2017.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