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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열여섯번째, 이상

#열한 번째, 이상

    서로를 사랑한다면 서로에게 확신을 주어야 한다. 맹목적인 믿음과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이고 이해적인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비추어지는 사랑들은 이상하리만큼 기울어지고 또 때때로 지나치게 흔들린다. 분명 사랑의 본질은 교감과 안정일 텐데도 우린 사랑에 의해 이전보다 지치고 괴로워지는 일이 생긴다. 그 균형을 맞추는 일이 마냥 이상인걸까. 괴롭고 힘들고 지치는 관계는 무엇을 위해 유지하고 보수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까. 내겐 어려운 일이다. 정 때문에 사귄다는 표현만큼 힘들고 기운 빠지는 말이 없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 나아가 같이 있는 게 불편해지는 시점에서 이미 둘 사이는 끝을 다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전의 쓴 글도 비슷한 맥락이듯 인간관계에서 이르는 은 추상적이지만 사랑다음으로 분명한 감정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있을 때 네가 집중하지 않고 다른 걸 우선시 여긴다면, 내가 아무리 너에게 많은 애정을 쏟고 있더라도 차츰 식어갈 수밖에 없는 거다. 그건 사소하지만 서로의 신뢰를 꿰뚫는 핵심이다. 아직은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믿기에 참고 기다리면서도 고통스러운 부분을 절감하기란 쉽지 않다.

    모든 사람은 당연히 저마다 다르고, 사랑하는 사이라면 친구관계 이상으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그 균형을 맞춰가며 서로의 신뢰와 애정을 쌓고, 정말로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껴야 한다. 네 사정을 이해하고 내가 참거나, 혹은 그 반대거나 어려움이 있다거나 사정과 곤란함이 있다면 모든 부분을 고백해야 함이 옳다. 그러나 넌 어떨까. 내가 바라는 점들을 넌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내게 기쁜 일이 있다면 그게 뭐가 좋냐고 묻기보다도 기뻐하며 잘됐다고 얘기하긴 어려운 걸까. 내가 바라는 이상은 사소한 바람이다. 난 단지 내가 힘들다고 너에게 말하고 싶지만, 너를 너무 사랑해 두려워 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너에게 고백하고, 내가 너무 힘들어 솔직히 얘기해달라고 호소하려 한다. 그때까지는 억울하고 미련하더라도 너를 기다리고 참아, 꼬박꼬박 네 전화를 기다리고 날짜를 맞추어가며 또 기다릴 테니. 그게 내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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