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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열여덟번째, 섭섭한 마음에

#섭섭한 마음에

 

    무언가 너에게 대단한 선물을 바라지는 않았다. 최대한 부담 주지 않으려고, 혹시나 네가 불편해지지 않을까 나는 항상 걱정하며 행동했다. 혹시나 내가 너를 오해하지는 않을까 함부로 지레짐작하지 않고, 이따금 너를 좋아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때. 난 최선을 다해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건 어떤 의미에서 그만큼의 보상을 바라는 심리기재였지만, 역시 사람과 감정은 호소한 만큼의 감정이 돌아오지 않는 모양이다. 투입대비산출량의 효율이 아주 엉망인 셈이다. 이미 넌 확고한 입장이고 내게 돌아섰으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선택 역시 존중해야 했기에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서운함과 그리움은 여전히 몸에 배겨 이곳저곳을 맴도는데, 그래서 중간 중간. 네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 만큼 무언가를 빼앗아간다. 너에 대한 기억도, 네게 말한 사랑도, 그 몇 마디의 감정을 몇 분 몇 시간, 며칠이 지나면 전부 앗아가 버린다. 아무리 높은 값을 지불해도 시간이 지나간다면 마찬가지다. 그래서 내 마음은 한결같았지만, 너에게 잘 닿지 않은 모양이다. 넌 내가 너를 얼마만큼 사랑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까. 하루의 시작과 끝이었던 너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심지어는 오래 전 감정들이 다시금 나와 나를 툭툭 건드린다. 짝이었다가 짝이 아닌 아무것도 아니게 된 지금. 나는 그저 짝사랑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무의미한 푸념을 서사하고, 너를 기다리고 있는. 그런 섭섭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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