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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열일곱번째, 이해타산

#이해타산

  “넌 선물 줄 사람이 많네.”

  “, 오래 사귈 친구들은 선물해주려고.”

  “엄청 친한 친구가 아니라?”

  “둘이 같은 거라 생각하는데 아닌가.”

  “완전 다른데

    친구는 단호하게 두 종류가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오래사귈 친구와 친한 친구, 난 같다고 생각했음에도 친구가 내 의문을 부정으로 받아친 탓에 깊은 사색에 빠졌고, 나 자신이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했는지 생각했다. 보통 인간관계에는 깊이가 있다. 서로 비밀을 공유하고, 아는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재미있는 취미처럼 같이 공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깊이 있는 관계로 거듭날 수 있다. 반면 내 인간관계에는 깊이라고 할 무언가가 없다. 마치 초겨울의 얇은 얼음판처럼 언제고 힘을 가하면 쉽게 깨질 관계들뿐이었다. 그건 상대의 문제라기보다 어느 순간 사람을 두려워하게 된 나의 습관과 태도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런 내 생각이 친구에겐 보였던 모양이다.

    다만 내 인간관계가 이해타산적이지는 않았다. 결코 계산적인 의도로 친구를 사귄 적도 없고 스스로도 합리적인 인간은 아니다. 단지 외로움 탓에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귄 탓이다. 그러면서도 정말로 날 이해하고 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너무도 드물었기에, 결국 노력과는 상반되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앞으로도 마주칠 많은 사람들과 이런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걸 정말 진짜라 여길 수 있을지도 곤란한 대목이다. 내가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디까지고 난 이런 얇은 선들 사이에서 친구라고 말하면서도 괴리를 느끼는 자괴적인 삶을 살지 않을까. 그렇다면 결국, 나는 변해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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