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트렌스젠더에 관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댓글들의 요약은 이랬다.
“트렌스젠더들이 보여주는 외적인 모습이 오히려 여성상에 대한 강요이자 정형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체성에 있어 여성이라고 강조하며 머리를 기르고 가슴 확대수술을 한다. 그러나 이는 시스젠더적인 폭력이다. 오히려 트렌스젠더들이 큰 가슴과 긴 머리를 기르며 자신이 여성임을 강조하는 순간, 그 자체로 ‘여성적’이란 이미지가 자리 잡히고, 남성들과 여성 모두에게 젠더를 구분하는 이른바 성역할을 만드는 것이다. 오직 연애와 성에만 관심 있는 트렌스젠더들은 현재 사회에 공론화된 여성 인권에는 하나의 관심도 없이 그저 자신들만의 행복에만 도취되어 있다. 그러므로 트렌스젠더들이 피력하는 젠더는 모두 모순이자 구조적인 폭력이다.”
(더 폭력적인 용어들이 많았지만, 좀 보기 역겨워서 걸러냈다. 혐오적인 부분들은 컷)
내 입장을 밝히자면, 난 기존까지 트렌스젠더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그들 스스로가 원한다면 마땅히 주어질 권리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아가,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떠나 그들이 보여주는 외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내가 생각한 원론적인 자유를 넘어 더 심층적인 문제로, 근래에 들어 한국에 있었던 성 문제와 간접적으로나마 관련성이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댓글에 충분히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트렌스젠더라고 이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성적’임을 강조하며 치장에 많은 신경을 쓴다. 그건 아무래도 본인들의 결핍된 여성상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겠지만, 생래적인 여성들은 그런 행동 자체가 프레임을 씌우는 일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 전부를 동의할 수는 없다. 마땅히 동의하고 옳은 의견도 있는 반면, 모든 트렌스젠더에 관해 성도착적인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혐오론은 부정적인 물타기다. 그들의 부족한 면모를 들추어 ‘봐라, 이런 사람들이다’처럼 여론을 만들고 나아가 혐오로 확장하는 태도는 또 다른 혐오를 조장하는 일이다. 생래적 여성들이 주장하듯 그런 트렌스젠더의 외적인 치장이 여성상의 문제를 만든다면 조언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이성적인 방법으로써 접근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이상하게도 꼬리가 꼬리를 잡아 혐오를 만드는 사실은 동의할 수 없다. 지켜야할 선은 언제든 존재한다. 그 부분을 항상 인지하자.
또 사람들은 말했다. 트렌스젠더들은 대부분 이기주의이며, 여성 인권에는 약간의 관심도 없으리라고. 이 부분은 통계내릴 수도 없겠지만 분명 확실하게 말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이미 사회에 팽배한 트렌스젠더에 대한 혐오를 변화시키는 게 그들에게 있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일 텐데, 또 그런 만큼 그들 역시도 혐오에 대해 변화와 정의를 추구할 텐데. 무엇을 근거로 트렌스젠더가 여성 인권에 관심이 없다고 언급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차츰 사회가 변화해 스스로들이 인격체(혐오하는 사람들에 대해)로 인정받는 다면 자연스레 여성 인권으로 넘어가거나, 혹은 지금도 노력하고 있을 사람들이 존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니 여성 인권에 가장 신경 써야 할 사람은, 그들을 모두 업소의 창녀처럼 여기고 비웃는 혐오론자들이라 생각한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반감이 있으신 분들은 유감입니다.
글의 결점이나 부족한 부분은 좋은 말씀이라 생각하고 달게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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