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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쓰기

006, 메갈리아

#메갈리아

 

   우선은 난 남자다. 그래서 여성을 대변할 수도 없다. 또한 동성으로부터 질타를 받을까 두렵기도 하다. 혐오가 만연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도하고 있다. 메갈리아가 혐오의 역사를 새로 써나간다는 걸 알고 있다. 성체를 태우고, 종교를 건드리고, 정당하지 않을 이야기들을 갖가지 이야기로 정당성을 만들어나가며 정말 혁명이긴 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난 이 부분에 관해 생각해보고 글을 써보려고 한다.

   분명히 해두고 싶다. 페미니즘이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나는 씹치남도 아니고 보빨남도 아니다. 혐오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그 전선에 참여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 굳이 용어가 문제라면 페미니즘이 아니라 당연히 여성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두 가지가 동의어란 생각도 쉽게 버리지 못한다. 단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이 페미니즘이란 말을 대표로 내세웠기에 그렇다면야.

   어디부터 접근해야 할까? 왜 서로가 혐오할까. 시작선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라고 보면 정당할까. 남자든 여자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남자는 군대를 가야하니, 2년이라는 1/5의 시간이 증발한다고 한다면 그게 정당하지 않았다. 반대로 여성들은 그만큼의 시간을 가지고 서로의 격차가 생긴 셈이다. 그래서 남자들에겐 보상이 필요했다. 2년을 대변해줄 가산점이 말이다. 그런데 여성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쩌면 이게 전쟁의 서론이다. 이때부터 수치적이고 계측적인 팩트로 여성차별이 실재한다는 증명들이 분명히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건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근데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이 꼭 양자의 문제였을까. 애시 당초 취업 역량이란 건 저마다 다르고 모든 여성이 군대를 안가지만, 모든 남자가 군대를 가는 건 아닌데도 말이다. 남자가 군대가서 사고를 당하는 건 여성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이고, 제도의 문제는 국가의 문제가 아닌가. 왜 그런데도 우리는 총구를 서로에게 들이밀었을까. 어쩌면 혐오의 대상으로써 훨씬 편하고 합리화하기 좋은 대상이 여성이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하는 일말의 의혹이 있다.

   당연히 나는 그 시대에 살지 않았다. 당시엔 어린 애였으니 아는 게 없었다. 그저 오늘날 이 개판이 되었고, 여전히 싸우고 있으며, 페미니즘이 금기가 되었다는 사실만을 직시하고 있다. 즉 나는 얄팍한 배경밖에 모르기에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고, 내 말에 큰 정당함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하자는 거다. 용어의 정의와 범주가 문제라면 그런 말 안 쓰면 되잖아. 왜 마치 모든 여성들을 혐오하는 양의 흐름으로 가는 건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차라리 그만두고 더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면 어려운 걸까?

   또 정말로 내가 만약 페미니즘에 박학다식하고 논리적인 사람이라면, ‘너 메갈하니?’라는 제목으로 책을 한편 쓰고 싶다. 저 한마디에는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겼는지 알 사람은 다 알지 않나. ‘너 일베하니?’랑은 조금 별도의 이야기다. 저 이야기는 한국형 페미니즘에 대한 수많은 담론이고, 우리가 바라보는 페미니즘과 여성에게 있어서의 페미니즘, 사실 그 자체와 역사, 혼란과 혐오에 관한 이야기니 말이다.

   누가 그러더라, ‘페미니즘을 논하는 여자치곤 책 한권 제대로 읽는 사람이 없다.’라고 자주 얘기한다. 왜 꼴페미라고 하듯이 꼴에 트렌드에 편승해서 남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페미니즘을 주장 한다는 말이겠다. 이런 표현이면 솔직히 약과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남자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을 논 할 때 얼마나 분노와 혐오의 대상이며, 술자리에서 훌륭한 안주일 수도, 누군가에겐 기피해야할 더러움(らし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메갈리아가 정당하다고 보기엔 너무나 선을 넘었다. 그건 맞다. 근데 왜 모든 페미니즘이 부정당하는가?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지식인, 칼럼니스트들이 메갈리아를 지지했으니까 그런 걸까? 물론 어렵다. 이전 김자연 성우 사건도 그렇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선이고 정의인지 알 수 없다. 저마다 말들 모두 논리력을 갖춘 의견이다. 애초에 틀린 건 없다. 각자의 입장은 모두 다른 거다. 공무원에서의 성비도, 여군도, 마치 숫자놀음을 하듯이 여기서부터 여긴 틀린거고. 여기서부터 여긴 옳은거야라고 단순히 이분할 수도 없다.

   정말 단순하게 생각한다. 여성을 혐오할 이유는 없다. 마재TV의 이야기에 동감한다. 상대가 우리를 혐오한다고 해서 우리가 상대를 혐오하면 부질없는 싸움밖에 되지 않는다. 메갈리아가 사건을 일으키는 만큼 그들의 입지가 줄어들 뿐, 우리도 발광을 하며 욕을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건 정치 싸움도 아니다. 어차피 우린 일상을 살아가며 선생님, 친구, 연인, 가족처럼 당연히 일상의 여성들을 만난다. 혹자가 걱정하는 것처럼 메갈에 빠져 모든 남자를 혐오할까 걱정된다면 그들을 설득해야 함이 옳다. 우리가 더 집중해야할 대상은 당장 유투브에 올라오는 메갈리아 이슈가 아니라 일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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