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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그 애

난 연애경험이 별로 없어

그냥 누군가를 좋아한 경험이 많은거지

그렇다고서 아무나 좋아한 건 아니야.

내겐 늘 어떤 기준이 있었어

 

진짜 얄미운 인간이야 나는

난 서로의 경계를 정확히 지켰어

상대가 말하지 않으면 나도 굳이 말하지 않았고

상대가 말하는 만큼은 반드시 나도 그만큼 움직였어

뭔 체스를 하듯 그랬어

 

그러다 상대의 엇박자가 세번 반복되면

금방 접었지.

근데 그게 처음부터 그랬던 건 또 아니지.

옛날의 내가 그런걸 퍽이나 해냈겠어.

그래서 옛날엔 거의 무작정 들이박았어.

상대가 대답할 때까지.

상대가 관심가질 때까지.

 

근데 그게 부담이었는지

그애가 나를 엄청나게 피하더라

기겁하는 수준이었지

한동안 우울감에 빠져있었어

패배자? 아냐 그정도로는 부족해

그냥 스스로가 쓰레기였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으면

인사라도 하지 않았을까?

시덥잖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그 이후 몇년이 지나고 나서도

그 애를 보긴봤어.

잘 살더라.

너 나 보면 무서워하겠지?

그래도 집주소랑 번호는 몰라

무서워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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