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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옛사랑

나같이 어린애가 뭘 알겠어

사랑같이 오글거리는 말이라니

근데도 난 그 말이 너무 좋아.

 

언제였지?

천안버스터미널에서 밥을 먹고

그 7월의 한여름에 걸어다녔어

그 해엔 너무 더워서 모기도 없었거든

이마에 묘하게 맺히는 땀이 말이야

와. 지옥이었지.

 

근데, 좋아하던 누나가 천안역까지 걸어가자는거야.

뭐? 미쳤나봐. 천안역까지 어떻게 가자는거야?

그래서 미친듯이 좋아서 신나게 걸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이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바보같다.

그 누나가 이유없이 나한테 걷자했을까?

아니 애초에.

같이 밥먹자고 한 것도.

나한테 말을 건 것도.

나한테 잘 웃어준 것도.

내 착각속 세상이었을까?

 

그리고나서 난 휴학을 했고, 누난 일본으로 떠났어.

어쩌면 그 사이에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고

또 실제로 그런 경험과 기억이 머리를 겉돌지.

내 어깨에 고개를 올리곤 말걸던 기억이라던지.

지금 여자친구가 알면 가만안둘 일들이라던지.

 

그래도.

난 그래서 그 사람이 너무 좋았던 것 같아.

이따위로 두루뭉술하게밖에 말 못하는 나라는 인간이

사실 그 속을 빤히 알면서도 입 다문 나라는 인간을

그래도 묘하게나마 그 감정을 표현해줘서

그게 너무 아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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