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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52, 나라는 사람

#52, 나라는 사람

2018.09.22.

믿기지 않을만큼 심한 변덕에 제멋대로 사는 나라는 사람

평생 사랑하겠다고 말해놓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변심하는 인간

아침에 웃고, 저녁에 우는 감정기복에 왜 이렇게 사나 싶으면서도

정말 어이없게도 사람과의 대화 한 번으로 모든 게 풀리는 단순한 놈

항상 사람을 밀어내면서도 언제나 사람을 찾고 있고

사람 사이에 있고 싶어하면서도 매일을 도망치는 기피자

그리고 또 다시 저번처럼, 자기가 뭔지 생각하는 수순을 밟는다.

 

  난 논리적인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감정에 치우치고, 추억을 곱씹는 사람이다. 합리적이거나 효율적이란 말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면서도 타인에게 비추어지는 모습은 꼭 다르길 바란다. 욕심이 많다고들 한다. 대단한 척도 잦다. 포장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 감사할 때는 저절로 사그라든다. 정말 적어도, 내가 지금 어디있고 무엇을 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아야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쓴다. 순간을 남기려고. 찰나가 너무 빨라서 금방 잊을까봐. 그리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까봐. 이제야 집을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차리면 또 거실이어서 말이다. 그래서 매일을 두려워한다. 정신병을 가진 사람처럼. 그게 정말 나라는 사람이다.

  후퇴만이 아니다. 적은 어디에든 있다. 요동치는 자존감도, 날카로운 시선도 그렇다. 네 자위를 누가 봐주겠느냐는 날서린 말들. 근데 그 말은 내가 했다. 사실 남들은 손가락질 하지 않는다. 언제나 적은 자신이다. 나를 가로막는 사람이 자신일 때, 나는 맞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번 졌을 뿐이다. 내가 뭐겠냐며 자존감을 낮추었을 뿐이다. 이 기행이 무의미하다며 멈추기도 하고 힘들다는 핑계로 누워있기도 한다. 나는 왜 이렇냐며. 남들은 저렇게 멋있는데. 봐. 이런 말만 하더라도 어디에든 적이 있다. 그래서 변화하고 싶은 거다. 떨쳐내고 싶다고 늘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을 두려워하게 되나보다.

  중증이다. 알람이 울리듯 때가 되면 글을 쓴다. 고작 1분을 걸어놓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처럼, 10분을 운동하고 거울을 보는 너와 닮아있다. 그리곤 내 표현들을 수십번 읽는다. 예쁜가? 적당한가? 문장은? 그러다 떠오른다. 이건 자위인가? 아니라고 적었다. 약 몇 달 전엔, 또 부정하면 그건 모순인가? 항상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나라는 사람을 확정짓지 않고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이야기다. 당연하다. 모든 건 중심이, 핵심이, 기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선 지나치게 뒤틀릴 뿐이다. 그렇다면 노력해도 무의미할 뿐이다.

  나는 여전히 나를 찾고 있다. 떠오르는 그대로를 적어간다. 흐름도 엉망이고, 말도 뒤죽박죽인 이 무늬만 글인 이야기들을. 아무도 못알아보는 와중 나 혼자 보고 있다. 그게 해답이라고 믿었으니 그랬겠지. 이런 방식으론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맞다. 이건 자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 부정을 여태껏 하지 못했다. 난 방에 숨어서 글을 쓰고 있을 뿐이다. 혼자 이불을 덮어 쓰고 핸드폰을 하는 아이처럼. 집 바깥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할 뿐이다. 그런 걸 바란 적은 없다. 그래서 난 이제 나간다.

  3달, 아니면 4달. 그 기간이 내 삶을 바꾸어 놓을 테다.

  다시 돌아온 와중, 난 내 글을 읽고 또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순간의 나를 적어놓고 나면, 그 순간의 나는 나를 알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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