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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인생, 그 의미

인생, 그 의미

    

     영화를 관람하기에 앞서 원작<余華活着>에 관한 이야기를 알아본 바 있다. 본래 원작과 영화는 연출·표현에 있어서 완전히 동일한 내용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작 결말부의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는 원작이 아주 아름답게 끝났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식으로 표현했는지 많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 자체로도 근대사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설하고, 결국 영화<인생>은 주인공 후우꾸웨이(푸궤이)의 약관부터 노년까지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전달한다. 과제라서 그냥저냥 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보고나니 각 장면이 기억날 정도로 많이 몰입했다. 관람 이후 두 가지의 대목을 느꼈으며 그 첫 번째는 푸궤이 인생 그 자체이고, 두 번째는 중국 현대사 표현이다.

     첫 번째. 상영시간 내내 오직 한 사람의 인생을 중점에 두고 영화가 상영된다. 별다른 코멘트나 나레이션이 없이 쓱 지나가는 상황 사이에서도 전혀 이해가 어렵지 않았다. 그보다는 오히려 영화의 내용 하나하나가 계속 기억에 남아서는 몇 마디의 장난이나 행동들도 추억을 공유했다. 초반부에서 아내인 지아젠이 도박에 빠진 주인공을 남겨두고 떠나간 후 다시 돌아왔을 때, 임신하고 있던 아이의 이름을 우습게 지었던 일을 수 십 년이 흘러간 이후에 추억을 회상하듯 읊조리는 장면들도 아름다운 추억처럼 느꼈다.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에서 주인공과 춘셍을 도왔던 중년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인생의 인연이란 그렇다. 스쳐가듯 지나갔던 이들이 먼 후에 문득 떠오르듯 등장인물들 하나하나를 곱씹게 됐다. 무엇보다도 어린 날 아들인 유퀸, 10년 뒤에는 딸 펭시아를 잃었을 때의 그 감정들은 보는 내내가 아쉽고 잊을 수 없다. 인생에는 결코 독립적인 것이 없었다. 하나의 행동은 하나의 결말을 만드는, 그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뇌리에 스치도록 만든다. 이 생각들이 영화를 보며 첫 번째로 느낀 대목들이다.

     두 번째는 바로 중국 근대사다. 그의 젊은 시절 도박에 빠져 집안을 탕진하고 소리치던 세세한 장면들도 그의 인생에서 빠트릴 수 없는 부분이겠으나, 그에게서 멀어져 그의 주변을 살펴보자면 복장과 거리가 당시 시대를 생생하게 전달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의 개봉 시기를 보면 근래의 영화처럼 화려하거나 뛰어난 연출은 아니지만 그런 영화적 표현을 떠나 중국 근대사를 서사적으로 표현하는 진솔함이 눈이 아닌 가슴의 벅참을 만든다. 공산당에 의한 중국 정부가 많은 발전을 이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직 그들만을 정의라 여기고 신뢰해야 하는 부분에서 주인공 내외의 갈등과 슬픔이 드러나고, 비록 잘못을 저지른 춘셍 역시도 한편으론 희생자의 일면처럼 보이니 말이다. 영화가 전개되며 바뀌는 배경도, 그들의 생각도, 사람들의 모습도 모두 중국 근대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영화를 보며 결코 구분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중국에서 한 때 이 영화의 상영을 금지했다고 들었는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연구론 중간시험 당시에도 이 부분에 대해선 많은 의구점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며 자연스레 연결될 줄은 몰랐다.

     뒤늦게도, 두 대목을 써내리니 생각 외로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두 가지는 하나와 다름없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 곧 역사가 담겨있는 셈이 아닌가. 푸궤이의 인생이든 중국 근대사의 서사적 연출이든 이 영화는 내 협소한 견문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보여주는 대표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아직도 영화 막바지가 기억난다. 이후 위원장은 춘셍처럼 처벌받은 걸까? 정말 사람들이 이런 삶을 살았던 걸까? 그가 자신의 인형극 소품을 태울 때, 혹은 빌려준 롱에루가 죽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완얼시가 혹시나마 나쁜 사람일까 생각했던 내 과거마저도 기억난다. 책으로 읽고 좌학으로 접하는 중국의 문화보다 이 2시간의 영화가 더 방대한 경험을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감히 생각하기를, 교수님께서 의도하시는 바가 학생들의 중국에 대한 이해 증진이었다면 교수님은 성공하셨다. 적어도 이 영화로 난 중국 영화를 찾아볼 예정이다. 이런 느낌들이 서려있는 영화를, 더 찾아볼 생각이다.

2018-04-26 / 2017603004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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