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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두번째, 잃어버린 길

#잃어버린 길

2017.11.13

 

  난 무엇이든 하나를 잃어버리면 도저히 가만히 있질 못한다. 온갖 불안함에 빠져서 가짓수를 세어보고, 내일 어쩌면 좋을지 투덜거리다 마지막엔 자괴감에 빠져서 질책하고 한숨 쉰다. 그런데 한편으로 든 생각은, 눈에 보이는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이렇게 애간장을 타면서 보이지 않는 무형적인 분실에 대한 내 태도는 어떨까.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실수하고 반복하며 변화할 태도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려고 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인간관계를 후회하면서도 여전히 난 어리숙하고 누구를 탓하고 누구에게 분노해야 하는지, 누가 하는 말이 맞고 옳은지 또 그 기준점은 무엇인지 하나를 분별하지 못한다. 사리가 없다. 우습게도 잃어버린 물건에는 이렇게 애간장을 타는 점과 상반되게 사람과 부딪히고 갈등하며 관계 분실에 대한 태도는 자만 그 자체다. 진짜 중요한게 뭔지도 모르고, 당장 눈 앞에 보이는 물건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눈치채고 나니 이제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요지는 잃어버린 길이다. 길을 잃었지만 그 길 위에서 투덜거린다고 길이 바뀌지는 않는다. 나 스스로가 걸어가서 나아가서, 다른 길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 이상 무엇 하나 변하지 않으리라. 변해야 한다고 수백수천을 고백했으며 아마도 수천 장의 글을 쓰며 다짐을 되새겼다. 결과는 지금이 증명하고, 만족하지 못했다면 부족하다는 결론이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지만 고백할 용기를 얻지 못해 끙끙 앓다가 잃어버린 모종의 관계와, 문득 찾아왔지만 장난스럽게 넘겨버려 부담을 묻어버린 모종의 일들과, 또 내가 정말로 존경했지만 스스로 걷어차 버린 인생의 동반자에 대해서. 결국 나는 많은 것들을 잃어왔고 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꿈을 말하건대, 나는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은 무형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같은 방향을 향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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