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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첫번째, 짧은 수필

짧은 수필.

  난 최선을 다해 손을 뻗었지만 허우적거리기를 반복했을 뿐이다. 정말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가능성을 염두했다. 너와 한 번의 대화를 위해 네가 다니는 길목 한가운데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 너를 기다리던 내 모습이 여태 잊히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어쩌다 정말 우연스레 너를 마주치면 짧디 찰나를 인사하고 그리고 계속 걸어가는 네 모습을 멍하니 보던 내 한심하고도 슬픈 과거가 쉽게 잊히어질 수가 없다. 넌 내 이름이나 기억할까. 내 얼굴이나 기억할까. 그래. 정말 못하더라도 내 얼굴은 네가 기억해주었으면 해서, 계속 네 주변을 서성거렸는데도 결말이 이런걸 보면 내 부끄러운 낯짝을 어디에 내놓을지. 또 내 한심하고 한심한 행동들에 부끄러움은 어디에 놓아야 할지를 몰라 몸 둘 바를 모른다. 그렇지만 그 중 정말로 버티기 어렵고 힘든 건 이 순간마저도 네 얼굴을 잊어버릴까 은연 중 떠올리는 내 오랜 습관과 악착같이 모은 희망과 덜컹 쌓여버린 우울함이다.

  짝사랑은 사랑의 형태라 할 수 없다. 속이 비었다면 진짜라 할 수 없다. 물에서 발을 동동 구른다고 수영이라 할 수 없고 그래서 나아갈 수 없고,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무서움은 비었다는 부분에서 비롯된다. 빈 부분을 채워 넣으려고 내 망상을 바람 넣듯이 불어넣는 순간부터 왜곡이 시작된다. 상대와 내가 애틋한 사랑이라도 나눈 듯 그리고 나를 받아주지 않는 상대를 서럽게 호소하며 연인의 감정을 묘사하려고 한다. 왜곡된 사랑과 빈 사랑이 짝사랑이겠지. 하지만 이 현상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건 겪어본 모두가 알고 있고, 때문에 감히 누군가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더 슬프고 무섭고 앙상한 나무 같아서 외롭고 음울하다. 차라리 조각조각 잘려 아예 그렇게 되어서 불에 타버리고 싶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시간이 아물게 한다고 하지만, 그건 아무는 게 아니라 묻힘에 가깝다. 나는 기어코 너를 보면 묻어둔 감정이 새어나오고 터져버려, 갓 아문 상처가 터진 듯 더 끔찍하게 닿을 게 분명하니까. 스스로에게 묻건데 답은 상대를 잊거나 하는 게 아니다. 문제의 해결은 정말로 내가 인정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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