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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상실의 시대

<상실의 시대>는 제목처럼 삶에서 반복하는 상실의 연속과 이를 겪는 주인공의 감정을 작가 특유의 방식을 통해 몽환적으로 풀어냈다. 첫 부분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은 과거의 회상만으로 고통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 불편해 보이는 주인공을 도우려는 스튜어디스의 모습, 이따금 자신 역시 그렇다며 공감해주는 모습은 <상실의 시대>에서 이뤄지는 모든 상실이 개개에 있어 당연한 삶의 순환이면서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인생의 무게감을 표현한다. 우물에 빠진 사람은 헤어 나올 수 없고 누구도 도와줄 수 없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우물은 곧 마음이며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심연이고 대뜸 나타난 문제에 빠져버린다면 그 자체로 상실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주인공은 차츰 시간이 지나 평생을 사랑했으리라 의심치 않았던 나오코의 얼굴을 잊어간다. 이마저도 상실이다. 소설의 모든 문장이 주제를 꿰뚫어야 한다는 혹자의 말처럼 상실의 시대는 소설 자체로 '상실'을 제시하고,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느낄 많은 감정들을 다독이지 않고 담백하게 읊어내듯, 그리고 자연스레 섹슈얼리티를 나타낸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