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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41, 안다는 거짓말

#안다는 거짓말

 

    단어를 외울 때 이제 외웠다고 생각이 들 때면 우린 장을 넘긴다. 그리고 추후 단어가 나왔을 때 자주 잊고는 한다. 그걸 <메타인지>라고 일컫는다. 그 단어를 알고 나서는 꽤나 생각이 많아졌는데, 나한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하는 심정이었다. 난 그만큼 자만과 허영이 많고 내가 무얼 보면 알고 있으니 알아서 하겠다는 건방진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이다.

 

    허영심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지적받은 내 잘못이었다. 인연을 앗아가는 핵심이기도 했고 쌓아올린 자신을 무너트리는 결점이기도 했다. 밥 먹듯이 나오는 거짓말의 까닭도 내가 안다고 말했으므로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면 맞지 않는 앞뒤를 걸리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게 딱 그 꼴이다. 대충 알아서 장수를 넘기고, 다 외웠다고 말하고 싶은. 내가 이만큼 내 할 일을 잘하니 나를 건들지 말아줘요. 그게 바로 허용이고 자만인데.

    더욱 재미있는 건 나 같은 사람일수록 주변의 <동류>를 잘 알아본다. 타인을 함부로 비방할 의도는 아니다. 거짓말인 걸 빤히 아는데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다. 개개인은 착하면서도, 의도모를 사소한 거짓말로부터 불신을 만들어갈 이유가 뭐가 있을까 했더니 정말 많았던 거다. 나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 보였다. 간섭받고 싶지 않고,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해보이고 싶고, 혹은 부끄러워서, 그게 습관이어서. 그것마저 내가 지레짐작한 <메타인지>.

  1학기 당시의 난 전공과목에서 교수님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난 단 한 번도, 모른다는 티를 내기는커녕 아는 척에 시급했다. 내게 중요한 건 학점이고 체면이었으므로. 그게 나였다. 입에 달달한 내가 진동하도록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의 대표적 유형이 나다. 이젠 적어도 아는 척을 그만두고, 무엇 하나라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다못해 내가 잘 안다고 하는 사람들마저, 다시 살펴보아야 옳다고 생각하게 됐다. 또 그렇게 장을 넘겼다가 정말 필요한 시험 때 틀리기 싫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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